
국립중앙의료원은 6월부터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주4일제 시범사업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과 국립중앙의료원 간 2024년 단체협약 합의에 따른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야간·교대 노동 개선, 노동강도 완화, 건강권 보호, 환자 안전,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좋은 일자리 창출, 일과 삶 균형 실현’이 그 목적이다.
1개 병동 5명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9월, 대상 병동과 인원을 추가(1개 병동, 5명 대상)로 확대하며, 모니터링과 노사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확대할 예정이다.
주4일제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시업사업을 앞두고 3교대 부서 간호사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1.7%가 주4일제 도입에 긍정적이라 답했으며, 83.4%가 시범사업 참여 희망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실제 시범사업 참여자 선정 과정은 대상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고, 추첨을 통해 대상 인원을 선정했다. 시범사업의 참여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90.6%가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를 꼽았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교대근무 형태가 일반적이고, 노동자들은 초과근무·야간근무·감정노동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며, “이미 높은 수준의 노동강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의 보건의료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춰 국민건강권의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주4일제 도입·교대제 개선·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필요성을 국회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2024년부터는 ‘보건의료산업의 주4일제 실시’를 핵심 대사용자 및 대정부 요구로 채택했다.
환자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주4일제 도입은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확충’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인수인계, 응급업무 발생 등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특히 간호사의 하루 평균 실제 노동시간이 9시간 이상인 비율은 무려 76% 수준(2024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에 달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어 “장시간 노동과 의료사고 간의 상관관계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돼 있다”며, “장시간 노동은 피로, 집중력 저하, 번아웃을 유발해 의료 오류 및 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 된 원인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의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6명으로 OECD 평균(8.4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에 따른 높은 직무소진은 환자 안전 등 의료서비스 질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숙련인력의 지속적이고 잦은 유출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2025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70.9%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이직 고려 이유로 47.9%가 높은 노동강도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1순위로 꼽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확충을 통한 보건의료산업의 주4일제 도입은 국민 안전과 건강권 향상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2022년 세계 최대 규모의 영국 주4일제 시범사업(100% 임금 유지, 80% 근무시간)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범사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번아웃 감소(71%), 스트레스 감소(39%), 수면 문제 감소(40%)를 체감했고, 이직률(57%) 및 병가 일수(65%)가 감소로 이어졌다.
비단 노동자 건강 향상뿐 아니라 참여 기업의 평균 매출은 1.4% 증가했고, 일부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5%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한 주 4일제 시범사업 결과 역시 주목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동에서는 퇴사율이 최대 8.8% 감소하였고, 친절 건수는 2.6배 증가했다. 수면장애와 근골격계질환, 우울감 등의 건강 지표가 개선되었으며, 행복도와 일·생활 균형 만족도 역시 상승했다.
보건의료노조는 6월 1일 주4일제 시범사업을 앞두고, 지난 28일 국립중앙의료원 시범사업 해당 병동 앞에서 주4일제 도입을 환영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공공의료 전달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중앙병원,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번 주4일제 시범사업이 보건의료산업 주4일제 확대의 마중물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국립중앙의료원지부 민 지 지부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현장조합원들의 기대가 확신이 될 수 있도록 주4일제 시범사업 대상 노동자와 병동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추가 확대를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건강권과 안전한 일터 쟁취를 위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보건의료산업 주4일제 확대를 위해 그 어느 해보다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