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시행규칙은 악법”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시행규칙은 악법”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5.05.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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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업무 확대, 환자와 간호사 안전 동시 위협”
“현장의 인력공백, ‘비용 없는 인력’으로 메우려는 행정적 꼼수”
“행위자와 기록자가 일치하지 않는 시행규칙 단호히 반대”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 업무 제도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앞으로 시행될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을 발표했다.

이 규칙은 환자 안전 최우선과 간호사의 전문적 경력발전 제도화를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칙이 오히려 간호사들의 무분별한 업무확대는 물론, 환자안전과 간호사의 안전, 그리고 간호사들의 전문성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악법이라는 반응이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진료지원업무 규칙안의 주요 내용 살펴보면 간호사의 업무를 7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총 45개의 세부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복수천자, △골수천자와 피부 봉합, △흉관배액관과 헤모박(hemovac) 등 배액관 삽입, △수술 부위 드레싱, △중증 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프로토콜하 검사·약물의 처방 및 진단서 초안 작성, △수술과정의 비침습적 보조 등이다. 기존 시범사업에 따라 허용됐던 행위 가운데 의사가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중심정맥관 삽입, 중환자 기관 삽관 등이 빠지고 신규 행위가 추가됐다.

업무의 자격은 간호법상 전문 간호사와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보유하고 교육을 이수한 전담 간호사가 진료지원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1년 이상인 경우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라도 업무를 할 수 있다.

복지부는 또 기존에 진료지원 간호사가 해오던 업무지만 업무 범위에서 빠진 경우, 올해 말까지 복지부에 신고하면 내년까지는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다고 했다. 하지 않았던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암암리(불법적으로)에 수행했던 것들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검증된 교육을 받은 인력이 명시된 직무만 수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복지부가 공개한 시행규칙안과 관련, 현장 간호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고 모호하며 업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책임 소재가 불문명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장에서의 혼란과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업무범위 행위목록 고시안 기준 ①번 환자 모니터링 및 검사지원과 ⑤번 수술지원의 세부행위가 대표적이다.

둘째, 교육 및 자격 기준의 미비하다. 진료지원업무 규칙은 명확한 교육 기준과 자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를 두고 현장 간호사들은 “간호사에게 법적·임상적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간호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터무니없는 교육시간 부여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키우거나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따른 노동 공백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처사이자 행정적 꼼수”라고 직격했다.

셋째, 돌봄 노동을 대표하는 간호사 직업 자체의 전문성 훼손에 대한 우려다. 현장 간호사들은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 절하 속에 간호사의 고유 업무인 돌봄노동을 전문적을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해결은 미흡했다”며 “마치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사 전문적 경력 발전 제공 제도화를 목표로 했다는 시행규칙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넷째, 환자안전과 간호 전문성의 확대가 아니라 무분별한 업무확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는 기존에 진료지원 간호사가 해오던 업무지만, 업무 범위에서 빠진 경우, 올해 말까지 복지부에 신고하면 내년까지는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다고 했다. 이는 얼마든지 불법적이었던 의사의 업무를 무분별하게 간호사 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간호법 진료지원업무 시행규칙은 안 지켜도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 관계자는 “의료법에서 이미 불법적으로 문제되었던 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기존에 했던 업무가 빠져 있으면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왜 처벌조항을 만들겠느냐”며 “기존의 의료법도 법이 버젓이 있어도 불법이 넘쳐났던 이유는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었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간호법 진료지원업무 시행규칙는 환자안전을 위한 것도 아니고 간호 전문성의 확대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냥 무분별하게 업무범위를 확대하여 간호사를 비용 없는 인력으로 부려먹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간호계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이 아무도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는 이번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대한간호사협회(회장 신경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간호법에 환자와 간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간호사당 환자 수는 빠져있고, 의사업무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쟁점이 된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대란이라는 비정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이미 하고 있으니 업무 범위에 포함하자는 주장은 비정상을 그대로 법제화하자는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적으로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확대가 가능하다면 조심스럽게 확대하는 것이 환자안전인데, 연말까지 지금 하고 있는 걸 일단 업무범위에 포함하고 이후 줄여 나간다는 게 정말 가능한가.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규칙이 무슨 말장난이냐”며 “진료지원업무의 행위자와 기록자가 일치하지 않는 진료지원업무 시행규칙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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