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면허제’ 국내 의료 사정과 맞지 않아”
“‘진료면허제’ 국내 의료 사정과 맞지 않아”
  • 이창용 기자
  • 승인 2024.12.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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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8월 도입 검토를 시사한 ‘진료면허제도’는 국내 의료 사정과 맞지 않는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진료면허제도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실효적인가?)에서 전체 의사 가운데 전문의 비율이 83%인 국내 의료 사정과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시험에 통과하면 곧바로 의사면허를 취득한다. 의사면허가 있으면 병원을 열어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진료면허는 여기에 제한을 두는 제도로, 의사면허를 받더라도 수련기간을 가져야만 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기존 의사면허가 단순히 의학적 지식, 기술, 경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통과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진료면허제도는 의학전문 직업성을 갖추고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협회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의사면허제도가 도입되면 장기간 ‘일반의-전공의- 전임의-전문의’ 훈련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오히려 수련기간이 늘어나 의사 배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을 증원한 정부의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에도 장시간·고강도·저임금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있는 전공의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진료면허제도 도입은 일부 의료법인이나 병원장에게만 도움되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인턴-레지던트 수련기간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개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진료면허제도의 도입에 대한 실익이 있는지 객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며, “진료면허제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신진 의료진의 진료 역량 구축’에 있다면 전체 의사의 약 83.4%가 전문의 면허소지자인 현재의 의료환경에서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진료면허를 역량 유지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보고서는 “종신면허의 성격을 가진 현재의 의사면허제도와 관련해 역량 유지·개발을 위한 면허갱신이나 미갱신자에 대한 감사 및 부적격자에 대한 징계 면에서는 진료면허가 활용될 수 있다”며, “글로벌화되는 의료 환경을 고려하여, 장기적으로는 해외 의료인력의 자격 검증을 위한 면허관리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의견을 종합하면 진료면허 도입은 면허의 질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 의사의 대부분이 전문의고, 인턴-레지던트 수련기간를 거친 뒤 개원하는 국내 의료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진료면허제도를 포함한 의사면허 관리제도에 대한 정부규제의 정도와 범위를 협의하기 위해서라도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소명의식과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공고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합의의 정도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입법적 근거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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