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시장 왜 호주인가?
의료기기 시장 왜 호주인가?
  • 이창용 기자
  • 승인 2024.10.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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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적지만 의료기기 시장 지출 규모 커 ··· 1인당 정부 의료 지출 세계 5위
공공 및 민간 의료 보험의 혜택 영향 거의 모든 국민 의료 시스템 쉽게 접근

지난해 호주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65억 1000만 달러(8조 7787억 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순위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보다 한 단계 앞선 12위에 올랐는데, 시장 규모가 호주보다 2000만 달러(270억 원) 더 컸다. 호주 인구수가 한국보다 약 두 배 더 적은 것을 고려하면(2023년 기준 인구, 호주 2696만 명·한국 5132만 명) 270억 원에 지나지 않는 시장 규모 차이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호주 의료기기 및 의약품 시장 동향’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호주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1% 성장한 67억 8000만 달러(9조 1428억)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의료시장은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호주의 의료기기 시장은 내년부터 연평균 성장률 6.89%를 기록하며 오는 2029년 94억 6000만 달러(12조 7568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호주는 비교적 적은 인구에도 지출 규모가 큰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시장으로 분류된다. 2023년 호주 정부의 의료 지출은 1310억 달러(176조 6535억 원)로 세계 6위, 인구 규모를 고려한 1인당 정부 의료 지출은 세계 5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상호보완적으로 운용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의료시스템이 관리하는 공공 및 민간 의료 보험의 혜택으로 거의 모든 국민이 의료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보건의료 시스템 성과는 OECD 주요 선진국 중 1위다.

호주는 강력한 연구 및 개발(R&D) 생태계도 지녔다. 호주는 세계 혁신 지수(Global Innovation Index·WIPO 2023)에서 인적 자본과 연구 부문에서 세계 7위를 차지했고, 세계 의료 혁신 지수(Springer Nature 2023)에서 5위를 차지했다. 1200개가 넘는 제약 및 의료 기술 회사, 의료 연구기관 55개, 임상 연구에 중점을 둔 40개 대학이 호주 연구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최근 호주는 인구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올라가고 있다. 심장 박동 조절기, 제세동기 및 이식형 심장 모니터 같은 심장 기기 수요가 특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장기기 시장 점유율 1위, 정형외과 및 보철 기기 성장세 뚜렷

호주 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품목별로 보면, 2023년 기준 전체 의료기기 가운데 심장기기가 24%(8억 9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음은 영상진단기기(18%·6억 7000만 달러), 정형외과기기(15%·5억 8000만 달러) 치과기기(13%·5억 달러), 당뇨병 치료기기(12%·4억 7000만 달러), 내시경 검사기기(10%·3억 6000만 달러), 일반 및 성형수술기기(8%·3억 6000만 달러) 순이었다.

올해 심장 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5.62% 성장해 9억 4000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5년 뒤 2029년에는 올해보다 44.7% 자라나 13억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관절·임플란트와 같은 정형외과 기기 및 보철 기기 분야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 분야의 올해 시장 규모는 5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에는 약 30.5% 성장해 7억 7000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최신 눈 건강 관련 데이터(AIHW, 2021)에 따르면, 2017·2018년 자료 기준, 1300만 명 이상의 호주인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눈 건강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호주인들의 93%가 만성 눈 건강 질환을 겪고 있고, 약 30만 명이 녹내장을 앓고 있다. 

백내장 역시 호주 사람이 겪는 시력 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노령 호주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흔한 눈 질환 가운데 하나다. 오랜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눈, 당뇨병, 가족력 등이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사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수술이 이뤄진 분야는 백내장 수술에 사용하는 렌즈 수술로, 14만 5885건이 이뤄졌다. 다음은 무릎 인공 관절 치환술로, 3만 5742건이 진행됐다. 관련 기기의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요 85% 수입으로 대체, 한국산 수입 1위는 레이저 기기

호주는 의료기기에 대한 국내 수요의 약 85%를 수입으로 충당하는 나라다. 2023년 총수입 규모는 53억 2577만 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주가 가장 많이 수입한 한국산 의료기기는 레이저 기기였다. 이어 초음파 영상 진단 기기, 치과용 기기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용 진동 마사지기 수입 규모는 2022년 대비 자그마치 10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세부 품목별 對한국 수입 동향(2021-23), 단위: US$ 천, %]

순위

품목명

수입액

증감률

2021

2022

2023

1

레이저 기기

13741

14980

14677

-2.02

2

초음파 영상 진단 기기

10448

9748

7561

-22.44

3

치과용 기기

6392

5919

4327

-26.90

4

전기식 진단기기

3124

3481

4073

17.01

5

X선 및 방사선기기 부품

1791

2741

2640

-3.70

6

내과 외과용 X선 기기

2536

2728

2380

-12.76

7

치과용 X선 기기

1781

1839

2282

24.08

8

의료용 진동 마사지기

1244

1109

2243

102.18

9

카테터·케뉼러·수혈세트·수액세트

2323

2641

2025

-23.33

10

임플란트

1078

1832

1630

-11

시장 분위기 보수적 ... 적극적 타깃 마케팅 필요

코트라는 “호주 시장은 인구수 대비 시장 규모가 비교적 큰 시장으로 진출 기회가 충분하다”며, “노인성 질환 및 맞춤형 헬스케어 관련 시장이 유망 분야”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수적인 호주 비즈니스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지 유통사는 기존의 공급처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 초반에는 최소 주문 수량보다 낮은 수량을 요청하는 보수적 성향이 흔하다”며, “희망 거래사에 직접 방문하여 제품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테스트하는 등 적극적인 타깃 마케팅이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수입·유통사가 현지 제품 등록 및 인증 취득을 대행하므로 검증된 바이어를 선정하고 긴밀한 교신 및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해외 제조업체가 호주에서 의료기기 및 IVD(체외진단기기)를 수출하려면 호주 연방의료제품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TGA)으로부터 제품을 승인받고, 호주 의약품등록부(Australian Register of Therapeutic Goods·ARTG)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러한 유통 절차를 스폰서가 대행하기 때문이다. 스폰서는 ▲제조업체 ▲유통업체 ▲제3자(호주인, 호주 회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인증 과정을 간소화하고 이중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제 인증 (CE인증, FDA 승인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호주는 EU의 CE 인증 및 미국 FDA 승인과 같은 국제 규제 기관의 인증서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한 호주 의료기기 유통사 사업 개발 매니저는 KOTRA와 나눈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미용으로 분류되는 것이 호주에서는 의료용으로 분류되어 엄격한 TGA 인증을 요구할 수 있다. 제품의 분류를 먼저 알고, 설명서 및 표준에 맞는 라벨링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TGA 인증취득 외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라벨링 및 판매 판촉 과정에서의 홍보”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최근 유망한 의료기기 품목과 마케팅 관련 질문에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스킨 부스터 같은 ‘Quick Fix’(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 특성)를 선호한다”며, “마케팅에 있어서는 제품 사용의 전후(before and after)가 확연히 보이도록 하는 브랜딩이 잘 통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호주에 진출해 있는 한국 의료기기 업체는 오스템 임플란트, 바텍, 엘엔케이 바이오메드, 제이시스 메디칼, 인바디 등이다.

오스템임플란드, 바텍은 각각 치과용 임플란트, 치과용 엑스레이 의료기기를 주요 상품으로 호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엘엔케이 바이오메드는 척추 임플란트를 중점으로 하는 정형외과용 의료기기를 주력으로, 제이시스메디칼은 미용 의료기기, 인바디는 체성분 분석기로 호주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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