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병원장 휴진 불허’ 따를 수 없어”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병원장 휴진 불허’ 따를 수 없어”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4.06.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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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휴진 외에 방법 없어... 병원장이 매 맞는 모습 보여야"
"지금 침묵한다면 정부의 국민 억압 더욱 거리낌 없어질 것"

서울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의 이메일 서신과 관련,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들의 휴진 결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비대위는 오히려 서울대병원장이 교수들의 휴진 결정에 힘을 실어주어야한다고 요청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위는 9일 '존경하는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 원장님께'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각종 명령의 ‘취소’가 아닌 ‘철회’는 지난 3개월 동안의 행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함을 뜻하며 이에 불응했던 전공의들을 ‘현행법을 위반한 범법자’로 규정한다"며, "복귀하는 전공의는 수련을 마치기 전 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한다면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될 처지에 있고 사직하는 전공의는 다른 곳에서 의사의 길을 걷고 있더라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면허정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장님께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복귀 전공의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하셨으나 복귀 전공의의 안전을 약속해주시는 것만으로 대다수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나. 향후 처분의 우려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의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정말 기대하시는지"라고 되물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행정명령의 전면 취소로 처분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교수들의 결의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는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행정명령 전면 취소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병원장의 약속은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특히 "정부는 여전히 우리 제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으며,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전체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외에 저희에게 남아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나?"라며, "우리가 지금 침묵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데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그간의 비정상적인 진료 형태를 유지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지 마시고, 바람직한 의료체계를 실천함으로써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며, "서울대병원만의 회복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의료 시스템이 발전하고 제자들이 이끌어갈 올바른 의료 체계의 초석이 세워질 수 있도록, (병원장과 병원 집행진이) 정의로운 길에 앞장서서 당당히 매를 맞는 모습을 보여달라. (그럼) 저희 교수들이 뒤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의대 소속 4개 병원(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교수들은 지난 6일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처분 절차를 완전히 취소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에서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영태 병원장은 7일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서신을 통해 "중증 환자와 암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집단 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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