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노숙자 통해 2010 서울의 외로움 담아내다”
“뉴욕 노숙자 통해 2010 서울의 외로움 담아내다”
  • 송연주 기자
  • 승인 2010.11.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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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씨어터, 4~7일 대학로 눈빛극장서 ‘뉴욕 안티고네’ 공연

▲ 덴탈씨어터 ‘뉴욕 안티고네’공연 모습

“어서오세요. 여기는 뉴욕입니다.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심장부 뉴욕에서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세요.”

연극을 사랑하는 치과인 모임 덴탈씨어터(회장 박선욱)가 지난 4일 대학로 눈빛극장에서 ‘뉴욕 안티고네’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날 공연은 객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뉴욕 안티고네’는 고전 ‘안티고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뉴욕의 한 공원에 살고 있는 아니타, 사샤, 벼룩 등 세 명의 노숙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죽음을 블랙코미디로 다루며 개인의 외로움과 박탈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존재의 불안은 누구나 경험한다. 지난 세기 아메리칸 드림의 본원지인 뉴욕은 많은 외국인과 이주노동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뉴욕 안티고네’는 그 뉴욕이 배경이지만 2010년 대한민국 서울을 살아가는 한 ‘개인’에게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들은 이미 망해버린 제국의 유민이거나(러시아인 사샤), 유럽과 신대륙의 제 3세계인(폴란드인 벼룩, 푸에르토리코 여자 아니타)들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미국이란 나라에 흘러 들어와 뉴욕의 공원에서 살아간다. 고국을 떠나왔기에 몸을 의탁할 ‘집’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홈리스’로 살아간다. 공원 벤치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그것에 익숙해지고 또 그 삶에서 빠져나와 치유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 연극은 절실하게 보여준다. 또 그들이 꿈꾸는 행복, 신뢰, 성공이 한끼 식사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우치게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며 우정이나 정직 같은 정신적 가치는 ‘살아내는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       

다섯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개성적인 연기의 향연은 두 시간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간다. 아니타 역의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황지영 원장은 창부적 이미지와 순수한 이미지를 넘나들며 더럽지만 사랑스러운 자태를 보여준다.

사샤역의 박승구 원장(한솔치과의원)은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력으로 불행한 과거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뛰어난 캐릭터 분석력을 보여준 벼룩역의 손병석 원장(아름다운미소치과의원)은 못된 짓만 꾸미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벼룩의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경찰 역의 이석우 원장(이석우치과의원)의 하이톤의 목소리는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미국 공권력의 부조리함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아니타 음악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잘 그려냈는데 한국예술종합대학 음악원 이건용 교수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연은 그로테스크하면서 비극적 분위기가 전체를 감돌지만 중간중간 웃음포인트가 다분하다. 그 포인트에서 잘 웃어주는 것이 연극의 묘미며, 관객의 센스다. 이번 공연은 7일까지 진행된다. -덴탈투데이-

▲ 좌로부터 이석우 원장(이석우치과의원), 박승구 원장(한솔치과의원), 황지영 원장(서울시립장애인치과의원), 손병석 원장(아름다운미소치과의원)
▲ 경찰 역의 이석우 원장(이석우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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