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던 쌍끌이 어선도 엉뚱한 선박 충돌 사고로 줄줄이 희생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되었다. 서해바다는 깊지도 않지만 임당수라 말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해군 희생자 유족 대표들이 논의한 결과 인양된 첫 희생자 시신을 보고는 더 이상 희생을 막자며 구조 작업을 포기해 달라는 눈물겨운 결정을 하였을까.
이제는 그 사고의 원인 규명에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군 당국자나 국방부 장관의 발표 때 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단다. 근처 섬 해군 초소에 설치된 열 감지 관찰기록장비 여러 군데서 감지된 사건 당시 동영상 기록을 일부만 공개했고 구조된 군인들이 외부와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소문만 무성하단다.
그러니 북한의 소행, 아니면 우리 내부의 폭발 사고, 심지어는 미군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느니, 바다에 떠다니는 기뢰인지, 조준하여 발사한 어뢰이다 등등 소문이 난무하게 되었고, 긴급 연락받고 온 다른 함정이 레이더 상에 도주하던 물체에 대해서 130발의 포를 연발로 쏜 사실에 대해서도, 그 물체가 북한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일 가능성이 있다느니 새 떼였느니. 하는 등 의혹만 분분하다.
그런데 철없는 새 떼를 향해 그렇게 많은 사격을 가했는데도 어찌 새의 사체는 하나도 없었는지. 못 맞혔는가. 그렇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이다. 어릴 때 나도 고무줄 새총으로 새를 맞춘 적이 있었는데, 포탄에 새의 시체들이 다 조각나서 없어졌는지. 하여간 포사격으로 새를 잡을 수는 없음은 입증되었다.
하기야 작은 잠수정은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단다. 과거에 잡았던 북한 잠수정이나 잠수함도 아군의 레이더가 아니라 어부가 쳐 놓았던 고기 잡는 그물에 잘못 걸려 든 것이었다 한다. 그렇다면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서해 북방 한계선 NLL에 일정 간격으로 부표를 띄우고 올이 큰 그물을 길게 쳐 놓으면 앞으로 적의 잠수정이 내려오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원시적인 생각도 해 본다.
우리도 그 이상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혹 필요할 것에 대비하여 특정 부분만 개방해 놓고 철저히 지키면 효율적이 아닐까.
군 당국에도 작전상 기밀이 있어 소상히 다 공개하지 못할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정치적으로도 일반인들은 몰라야 할 내용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우리 나라 장래를 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그러니 당분간 좀 참아달라고 국민에게 부탁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로 존경할만한 사람이나 믿을만한 주체가 호소할 때 가능하다.
세상에는 모든 것을 다 까발려서 시원한 일도 있지만 차라리 좀 모르는 척 덮어두는 게 현명한 처사일 때가 있기도 하다. 30년 전 신혼 무렵 조교하며, 연구하며, 외교하며 밤늦게 귀가한 적이 많았다.
아파트 열쇠로 살며시 문을 따고 들어가면, 집사람은 기다리다 지쳐서 소파에 기대어 곤한 단잠을 자고 있고 당시엔 12시까지 밖에 방영하지 않은 TV는 지지거리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애처로운 생각에 얼른 벽시계부터 한두 시간 거꾸로 돌려놓고는 집사람을 깨우면, 남편 귀가 전에 깜박 잠든 것에 미안해하며 방으로 들어가고, 그 후 시계를 다시 원래대로 앞당겨 놓는 잔수를 부렸던 기억이 난다.
또 우연히 생긴 공돈을 어디에 넣어두고 몰래 쓸까를 고민하다가 장롱 속 집사람이 잘 안 입는 옷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는 매일 조금씩 뽑아 썼던 기억도 난다. 시계가 잘 안 맞는다느니, 어느 날 자신이 잊어버렸던 공돈을 헌옷주머니에서 발견했다며 저녁 사겠다고 했을 땐 억울함과 미안함이 교차했지만 끝까지 그 내막을 밝히지는 않았다.
가정의 평화와 남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임종 무렵 집사람에게 다 고백할 것이라 다짐해 보기도 했다.
어디까지가 국가를 위해 잠시 덮어둘 일이고, 어디까지가 지금 밝혀야 할 건지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잘 모르겠으나 젊은 장병들의 명복을 비는 것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